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알까? 보호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응하는 고양이의 언어 인지 능력
많은 고양이 집사들이 한 번쯤은 고민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고양이는 정말 자기 이름을 아는 걸까?”,
“이름을 불렀을 때 돌아보는 게 진짜 자기 이름을 알아서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까?”
고양이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연구와 관찰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도 사람처럼 특정 소리와 단어를 구별하고, 반복되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의 언어 인지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섬세하고 똑똑한 수준에 가깝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가 자신의 이름을 인식할 수 있는지, 어떤 원리로 그 이름을 기억하는지,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는 이유, 그리고 이름 교육을 통해 반응을 높일 수 있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집사의 이름 부름에 귀를 쫑긋 세우는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인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네, 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츠코 사토(Atsuko Saito) 박사가 진행한 실험을 포함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는 다른 단어와 자신의 이름을 구별할 수 있으며, 이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점차 반응을 학습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연구 사례
- 2019년 도쿄 소피아 대학 연구팀 실험
78마리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보호자 또는 실험자가 고양이 이름을 포함해 4개의 다른 단어를 무작위로 불렀을 때, 고양이 대부분이 자신의 이름을 들었을 때만 고개를 돌리거나, 귀를 움직이거나, 꼬리 끝을 흔드는 등 반응을 보였음.
이 실험은 단순한 훈련이 아닌, 고양이가 특정 음성을 다른 단어와 구분하고 기억할 수 있는 청각 인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입니다.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고 반응하는 걸까?
고양이는 단순히 ‘이 단어가 내 이름이야’라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특정 음성과 그 단어를 들을 때 나타났던 결과(보호자의 관심, 간식, 쓰다듬, 부정적 상황 등)를 연관 지어 기억합니다.
인식 원리
-
반복 노출 → 상황과 감정 연동 → 학습 → 반응
예를 들어 이름을 부른 후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는 등 긍정적인 상황이 반복되면, 고양이는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좋은 일이 생겼다는 감정적 기억을 형성하게 됩니다. -
반대로 이름을 부른 후 병원에 가거나, 혼내는 상황이 이어졌다면, 이름을 불러도 회피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이름에 반응하는 일반적인 형태
- 고개를 돌린다
- 귀가 움직인다
- 꼬리를 흔든다
- 미세하게 소리를 낸다(짧은 야옹)
- 집사에게 걸어온다(적응도가 높은 경우)
이처럼 고양이의 이름 반응은 개처럼 즉각적으로 뛰어오거나 짖는 형태가 아니라, 미묘한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므로 집사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모든 고양이가 이름을 알아듣는 건 아닐까?
고양이는 개와는 달리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름을 모른다거나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응이 적은 고양이의 유형
- 낯가림이 심하거나 예민한 성격
- 이름 부름 후 반복적으로 부정적 상황이 있었던 경우
- 보호자의 어조나 발음이 일관되지 않은 경우
- 너무 많은 애칭이 혼용되어 혼란이 생긴 경우
즉, 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알아도, 반응 여부는 그 순간의 기분, 상황, 그리고 지금 그 행동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양이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오지 않았다고 해서 삐치지 마세요. 고양이는 ‘들을 수 있지만, 지금은 굳이 안 가도 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중일 수 있습니다.
이름에 더 잘 반응하게 하려면? 이름 교육 팁
고양이가 자신의 이름을 더 잘 인식하고, 기분 좋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름 교육 방법도 있습니다.
다음 팁들을 활용해보세요.
1. 이름을 부를 때 긍정적인 톤 사용하기
- 짜증, 명령조, 높은 강도로 이름을 부르면 고양이는 그 소리를 불쾌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항상 부드럽고 일정한 어조로 이름을 불러주세요.
2. 이름과 좋은 경험을 연결하기
- 이름을 부르고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거나, 장난감을 던져주면 고양이는 ‘이 소리 =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3. 불러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동 피하기
- 이름을 불렀는데 아무런 행동 없이 무시하거나, 바로 자리를 비우면 고양이는 ‘이 소리는 아무 의미 없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 이름을 부르면 반드시 고양이에게 관심을 줘야 학습이 유지됩니다.
4. 애칭 사용은 제한적으로
- “냥이야~”, “삐약이~”, “예쁜아~” 등 다양한 애칭을 쓰는 건 좋지만, 이름 학습 단계에서는 본명과 애칭을 명확히 구분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본명은 특정 상황에서만 반복적으로 사용해 주세요.
이름 말고도 고양이가 구별하는 단어들
고양이는 이름 외에도 자주 듣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간식, 밥, 츄르, 놀자, 안돼, 병원, 이리와 등
- 익숙한 말투, 제스처, 행동과 함께 들으면 고양이는 맥락으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되는 단어 + 결과(간식 등장, 병원 이동 등)가 연결되면 소리에 대한 인지와 반응이 점점 정교해집니다.
결론: 고양이는 이름을 기억하고, 선택적으로 반응한다
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이름을 들었을 때 일어날 행동을 예상하고, 기분에 따라 반응 여부를 결정하는 동물입니다. 즉, 이름을 모르는 게 아니라 ‘지금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고양이에게 이름을 꾸준히, 사랑스럽게 불러주고, 긍정적인 경험과 연결시키는 일상 속 훈련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양이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보호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매일 “우리 ○○야~” 하고 불러주는 당신의 목소리는, 고양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음악일지 모릅니다.